그 해 여름
어느 길로 가야할 지 꾸물거리다가 결국 아는 길로 가게 되지만 한 번 시도해 보아서 다른 길로 가면 금새 길이 바뀌고 역시 헤매고 역시 길을 찾게 되었던 것처럼, 빈 손이 되어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장담할 수 없고 아무 것이 없어도 살아졌던 그래서 못 가지면 어쩌나 빈털털이가 되면 어쩌나 했던 걱정이 바로 무효가 되어버리던 반짝하던 그 순간, 밤을 사랑했고 아침이 감사했으며 낮은 만끽할 수 있는 것이었고 공허감과 소외감과 거리감은 사실은 하나여서 늘 머리 위에 떠다니는 것이지만 밤과 아침과 낮을 가진 우리는 밤과 아침과 낮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보다 거리감이라는 재산을 하나 더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나뒹구는 빈  콜라 페트병을 보고 멕시코에서 보내온 럼주로 럼코크를 만들어 마신 어젯밤 파티를 어렴풋하게 떠올리다가 그가, 피곤에 곯아떨어졌는지 그만두고 싶다던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오늘 나가는지 안 나가는지, 툴툴 털면 먼지처럼 털어지지만 한 번 씌우면 철근처럼 무거운 그것은 날 희롱하는 것 같아 너가 곧잘 미궁에 빠지듯이, 어수선한 아사쿠사, 평안함이 자리잡고 있는 세타가야, 영화 [길]을 보았니 오랜 시일 후에 어떤 후회를 하게 될 지 어떤 소식을 듣게 될 지 모른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후회를 하게 될지 벌써부터 무서워 너가 무슨 적응하는 로보트도 아니고 적응을 잘 하는 게 더 무섭다고 했듯이, 노란색 스웨터를 입으니 기분이 좋아서 콧노래가 나오네, 왔다갔다 하는 전차소리는 자장가이자 알람시계, 밤은 눈이 내리듯이 하얗게 진다, 계단 위 창가에 놓여진 구겨진 담배갑, 두어 개의 라이터, 종이로 오린 듯이 선명하게 떠 있는 구름, 곁눈질은 하지 말자, 거짓말도 하지 말자, 음악을 듣지 않고 사는 사람들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이백엔 짜리 꽃다발, 졸린 듯한 눈과 분홍빛 피부 벌어진 가운데 이빨과 그것을 숨기며 웃는데 익숙해진 수줍은 웃음,  배웅과 마중은 서툴다는 표현이 해당되지 않을 정도로 원래 드라마틱하지 않은 것.


by Elliott | 2009/12/28 16:29 | etc | 트랙백 | 덧글(0)
게스트하우스 생활
주어진 것은 침대 하나일 뿐이고 가끔 운 좋으면 집에 혼자 남는 생활. 텔레비젼 소리에 신경을 긁히며 인터넷에 집중해야거나 샤워를 하기 위해 잠시 앉아서 다음 차례를 기다려야 하거나 조용히 책을 읽을라 치면 누군가 들이닥치고 먹었으면 설거지를 잊어서는 안 되고 어질러 놓았다면 되도록 빨리 치워놓아야 되는 생활. 제로에서 시작해서 열까지 못 가고 다섯이나 여섯에서 끝나는 하루. 안락함만 포기한다면, 바위에 이끼가 끼어있듯이 스트레스가 늘 얕게 스며들어있는 이런 생활도 그럭저럭 지낼만 하다. 

다만 무엇을 잃었는지, 찾을 수만 있다면 다시 되찾고 싶은 그것,  그 열망만큼이나 단호하게 결별해야하는 것들도, 계속 생각하고 생각하고 알아야 한다. 
by Elliott | 2009/12/22 00:39 | 일기 | 트랙백 | 덧글(0)
sleepy. ab

【MyX 09.11】sleepy.ab / メロウ

MyX | MySpace Video


삿포로에서 활동하고 있는 밴드 sleepy. ab 의 새 앨범 타이틀곡. 전국 라디오에서 절찬 플레이 중 (이라고 한다).
눈의 결정같은 음악이랄까.
by Elliott | 2009/11/30 11:04 | 음악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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