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
지도가 책보다 더 재미있어. 전차 노선도는 보고 있으면 흥분이 밀려 올 정도다. 오늘은 동경 역에서 칸다를 거쳐 오차노미즈를 거쳐 이다바시를 거쳐 신주쿠까지 걸어왔다. 지도에다 형관펜으로 표시해야지, 사악. 내일은 시모기타자와에서 시부야까지 걷는 거다. 한 정거장 두 정거장 걷는 건 일도 아니야. 대개 같은 노선의 역 사이 보다는 다른 노선으로 위아래에 놓여진 역들 사이가 가까워. 오오테마치 역과 동경 역은 아얘 역이 붙어있지. 풋, 지금 장난해? 걷다 보면 전차가 덜커덩 덜커덩 소리를 내며 지나가. 지하철이 아닌 길 위를 달리는 전차들.  길을 따라 걸으며, 그 길을 달리는 전차를 본다. 도대체 저 안의 사람들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오고 가고 가로지르는 전차, 하지만 전차는 같은 길을 달리는 게 아니다. 창에 머리를 기대어 앉아있고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 저 많은 사람들만큼, 전차는 여러 개의 길을 달린다. 

'전차가 들어옵니다.  주의 하십시오', '위험하므로 노란 선 바깥으로 물러나십시오', '문이 닫힙니다. 주의 하십시오' 역의 안내 방송을 따라 말하며 친구들과 장난을 치곤 했었어. 역의 안과 바깥은 구분이 확실하지 않아. 역 바깥에서 플랫폼에 손이 닿을 정도로 바깥과 안은 가까워. 플랫폼에서 역 바깥의 사람들이 보이고 역 바깥에서 플랫폼에 서서 전차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여. 전차가 지나가면 철도 건널목에서 기다렸던 사람들이 길을 건너. 역은 오는 사람, 가는 사람, 기다리는 사람이 모두 있는 곳이야. 

한없이 걸어. 걷다가 길을 잃어도 좋아. 분명 어딘가에 엉뚱한 이름의 역이 나올 테니까. 그 역에서 전차를 타면 된다. 길이 이어져있는 만큼, 철도 또한 이어져 있으니까.
by Elliott | 2009/08/21 19:43 | etc | 트랙백 | 덧글(5)
Commented by Bs at 2009/08/22 19:28
와 엇갈린 전차!!
Commented by Elliott at 2009/08/22 21:38
엇갈릴 때를 포착한 사진을 누가 올려놓았더군요. ^^
Commented by Bs at 2009/08/24 01:43
아하 ㅋㅋ
Commented by green banana at 2009/09/06 17:41
안녕하세요! 도쿄 사시나 봐요? 여기 오챠노미즈역이죠? 여기 블로그 왠지 좋네요! 자주 들릴께요. :)
Commented by Elliott at 2009/09/07 10:33
^^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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